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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신없지만 다정한 우주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2022)

by 나름1 2023.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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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앞으로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B급 감성으로 무장한 다니엘 콴&다니엘 쉐이너트 감독(일명 다니엘스)의 영화로 전작 <스위스 아미 맨>도 보고싶었는데 <에.에.올>을 먼저 감독을 만나게 되었다. B급 영화 감성으로 무장했을 지언정 영화는 S급이라는 평이 많은데 보고나면 왜 그런 평이 나오는지 이해가 확 된다.
 
2. 한국에서도 팬이 많은 미국 영화 배급사 A24의 작품으로 비평가들과 관객의 입소문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미드소마>, <레이디버드>, <문라이트>, <애프터양>, <언컷젬스> 등 A24가 배급한 영화 중 웰메이드 영화가 많은데 날 잡아 훝어보시는 걸 추천. 한국에서는 이동진 평론가가 2022년 <헤어질 결심> 이후 두번째로 만점을 준 영화로 알려지며 관심을 가졌고 나 역시 그 사람 중 하나였다. 줄거리도 모르고 보러 갔었는데 이제보니 줄거리 읽고 갔어도 못 알아들었을 거 같다(;). 사실 어떤 사전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코미디로 분류되지만 담고있는 내용은 오히려 철학적인 내용이 많았고 시종일관 존재론적인 질문을 건낸다. 와중에 눈물나는 포인트가 많아서 울보인 나는 질질 짜면서 봤다.
 
3. 양자경 배우의 연기를 뺴놓고 얘기할 수 없는데 영화 내에서 나오는 칭글리시 레알 미국에서 다 들어본 거 같다. 광동어와 만다린과 영어를 오가는 악센트... 의상이랑 미국 세탁소 배경도 고증 완벽...
  
4. 양자경 배우 외에도 인디아나 존슨에 아역 배우로 출연한 거 외에 배우 활동이 없던 키 호이 콴(웨어먼드 왕 역), 신예 스테파니 수(조이/조부 투파키)를 캐스팅한게 신의 한수라고 생각된다. 배역도 연기도 찰떡. 양자경 배우도 말했듯이 동양계 배우가 배역을 따기 힘든 헐리우드에서 이런 기회를 줬다는 거에서 더 의미가 있기도 하고. 
  
5. 막연히 양자경 배우는 홍콩 출신이라고 생각했는데(왜인지는 모르겠음) 찾아보니 말레이 화교 출신이었다.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 어렸을 때 영국 유학을 시작했고 덕분에 영어, 광동어, 영어가 다 가능하다. 남자주인공인 남편 웨이먼드 왕 역의 키 호이 콴은 베트남 화교 출신이고 무술 감독으로 활동했었다. 역시나 영어, 광동어, 만다린 모두 가능하고 액션 연기도 직접 할 수 있어 캐스팅에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6. 그 어떤 유니버스에서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래도 나는 나를, 우리를 응원할거야. 물론 지금 현재의 유니버스에서 내가 좀 더 잘됐음 좋겠긴 해
 
7. 무거운 주제도 무겁지 않게, 조금 비위상할지언정 코믹하게 버무린 이게 뭐지?싶은 퓨전음식 같은 영화다. B급 감성 안 좋아하면 보고나서도 이뭐싶일수도(?)
 
8. 영화에서 빌런롤인 조부 투바키가 '허무주의'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는데, 내가 평소때 많이 하는 생각과 닮아 조금 무서웠다. 나는 어려서부터 유독 존재의 의미, 죽음과 같은 개념에 집착하고 불안감이 컸었는데 결국 내가 지금 만나는, 하는, 알고있는 모든 것이 의미없는 것이 되는 것에 대한 절대적인 두려움에 사로잡힐 때가 많았다. 그런 나에게 엄마 에블린(양자경)이 던지는 대사는 꽤나 많은 위로가 되었다. 내가 그리워하는, 그리고 앞으로 그리워할 모두가 살고있을 그 어딘가의 우주에서 어떤 모습이던지간에 나는 모두를 응원하고 사랑해야지.
 
9. 마지막 웨이먼드 왕의 입을 통해 나오는 '우리는 서로에게 조금 더 다정해야한다'는 대사가 좋다. 착하게 산다고 호구취급 당하지 않고, 다정함이 가장 큰 무기가 되는 우주가 있었으면 좋겠다.
 
10. 너구리가 요리하고 핫도그손 레즈비언이 사랑에 빠지고 돌맹이로 살아가는 우주도 있는데 그런 우주 하나 없을소야.

 

11. 포스터만 봐도 정신없는 게 영화의 느낌을 잘 보여준다. 나는 메타버스를 오가느라 정신없는 느낌+중국계 느낌을 살린 오리지널 포스터와 감명깊게 본 돌 씬 포스터가 맘에 든다.
 

12. 내가 좋아하는 Vanity Fair의 Notes on a Scene 시리즈에 <에.에.올>이 있어서 그것도 재밌게 봤다.

 

13. 아니나 다를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스카를 휩쓴 <에.에.올>.
작품상부터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까지! 올 아카데미 시상식은 그야말로 <에.에.올>의 독주라 말할 수 있을것 같다. 할리우드씬에서 저자본에 아시안 주연으로 가득찬 영화가 이런 주목을 받을 수 있다니, 앞으로 에에올 팀이 각자 어떤 다채로운 작품들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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