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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디 앨런 좋아하세요?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2011)

by 나름1 2023.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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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정하기 싫지만 우디 앨런 영화를 오랫동안 좋아해 왔다. 감독 본캐를 옹호할 생각은 없음. '우디 앨런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노래 가사가 나올 정도로 대중적인 감독이지만 옛날에는 한국에서 그렇게까지 인기가 많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내 기분 탓인가? 

 

2. 도시 혹은 특정 장소를 배경으로 한다던가, 찌질한 주인공의 현학적 말투와 속물적인 여자 캐릭터, 반복되는 출연 배우들, 그리고 결정타로 감독의 사생활까지 겹쳐져 한국의 홍상수와 비교가 많이 되는데 영화만 놓고 봤을 때는 공감하기 힘들다. 사실 대학교 때까지는 홍상수 영화도 좋아해서 많이 봤었는데 뭔가 풍기는 정체성이 다르다 해야 할까? 어느 하나가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그냥 김치찌개와 파스타를 비교하는 느낌이다. 일단 우디 앨런 영화는 영상미와 사운드트랙도 중요한데 홍상수 영화에서는 그게 아니라던가, 우디 앨런 영화가 지극히 백인 상류층 중심인데 반해 홍상수 영화는 굳이 따지자면 작가, 시인과 같은 지식인 주인공이 많이 나온다는 거. 굳~이 고르자면 내가 봤던 한국 영화 중에서는 김종관 감독의 <최악의 하루>(2016)가 그 느낌이다. 

 

3. 보고 나면 한예리라는 배우에 검색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영화 <최악의 하루>. 보고 나면 남산에 가고 싶게 만드는 영화다. 이 영화도 참 좋아한다.

 

4. 11년도에 나온 영화지만 국내 개봉은 12년도에 했다. 당시 대학교에 다닐 때였는데 이 영화가 너~무 보고 싶어서 잘 사용하지도 않던 P2P로 다운(이런 거 써도 되나) 받아서 자막도 없이 보고 또 봤었다. 이 영화를 떠올릴 때마다 대학교 시절 자막 없이 고군분투하던 내가 생각나서 더 애틋함. 참고로 우디 앨런 영화답게 미사여구도 많고 대사도 많아서 자막 없이 보기에는 난이도가 좀 있다(나만 그렇다면 죄송). 12년도 국내 개봉했을 때도 크게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는데 점점 우디 앨런 팬이 국내에 많아지고 입소문도 타면서 재개봉까지 했던 걸로 기억한다.

 

5. 파리라는, 세상에서 제일 로맨틱한 도시(라고 생각되는)를 배경으로 타임워프를 해가며 1920년대 벨에포크 시대 역사적 아티스트를 만난다는 귀여운 상상력의 영화. 감독 본인의 욕망을 제일 잘 드러낸 영화가 아닐까 싶다(ㅋㅋ). 속물적인 백인 상류층 관광객 주인공인 '길(오웬 윌슨)' 덕분에 파리 관광명소(르 브리스톨,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오랑쥬리 미술관 등등)도 많이 나오고 최근 다시 본 게 파리 여행을 다녀와서였는데 눈에 익은 풍경이 제법 나와서 반가웠다. 지금 찾아보니 <미드나잇 인 파리> 투어 상품도 있어 깜놀. 인기가 많긴 많구나 싶다.

 

6. 오웬 윌슨, 레이첼 맥아담스, 마리옹 꼬띠아르, 까를라 부르니, 알리슨 필, 톰 히들스턴, 레아 세이두 등 우디 앨런 사단이라 불리는 익숙한 얼굴의 슈퍼스타들이 많이 출연하는 것도 관전 포인트. 우디 앨런 영화 중 제일 좋아하는 영화라서 처음으로 가져와 적어본다.

 

7. 어디선가 읽었는데 어떤 분야에서 소위 말하는 레전드가 되려면 그 분야가 만들어지고 초반에 성과를 두각 시켜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이후로는 그것보다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도 '레전드'로 기억되기는 힘들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레전드' 아티스트가 모두 현시대가 아닌 과거에 포진돼 있는 걸 생각하면 이해가 확 된다. 그래서 '레전드'가 되기 위해서는 아예 새로운 무언가를 혁신하거나 초기에 퍼포먼스를 보여야 한다는 거(근데 그게 힘들잖아욧).

 

8.그런 걸 보면 아 역시 가뜩이나 현대사회에 맞지 않는 나는 좀 더 일찍 태어났어야 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때도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었겠지 싶다.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 제일 이해 안 가는 게 우리 윗세대들이 소위 '꿀 빨았다'는 말을 듣는 건데 따지고 보면 그때는 가난한 사람이 태반이고 주 6 워라밸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는데요.

 

9. 분명 비를 함께 맞아도 좋은 누군가가 이 시대에 있겠지. 내가 있는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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