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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과거만큼 먼 이상과 현실 <블루 재스민(Blue Jasmine)>(2013)

by 나름1 2023.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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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케이트 블란쳇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이라는 영광을 안긴 영화 우디 앨런의 블루 재스민(Blue Jasmine). 케이트 연기야 뭐 더 설명할 것도 없지만 특히나 블루 재스민에서의 열연은 아무리 극찬해도 모자라다. 다른 우디 앨런 영화와는 달리 여주인공 원톱으로 이어가는데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케이트의, 케이트에 의한 영화라 봐도 좋을 듯.

 

2. 블루 재스민에서 허영심에 사로잡혀 사리 분별 못하는 백인 상류층 캐릭터를 맡았는데 너무 연기를 잘해서 보다보면 짜증 날 지경이다. 부유한 상류층 라이프를 즐기던 '재스민'(케이트)는 남편 '할'의 외도와 사기 행각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고 여동생 '진저'(샐리 호킨스)에게 신세 지기 위해 뉴욕 맨하탄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사한다. 뉴욕과 캘리포니아라는 대비되는 두 지역만큼이나 다른 두 자매의 라이프스타일이 관전 포인트.

 

3. 영화에서 상징적인 '재스민'의 골금 버킨 35(평생 나는 구경도 못할 듯).

빈털터리가 됐음에도 샤넬 트위드, 에르메스 버킨을 고집하는 '재스민'에게서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잔인하리만큼 잘 보여준다.

 

4. 여동생 역은 샐리 호킨스가 맡았다. 자유분방하고 감성적인 미국 서부 느낌이 물씬. 교육 수준도 낮고 남자 보는 눈도 낮지만 이상도 그리 높지 않고 오히려 언니인 '재스민'보다 주체적으로 삶의 중심을 잡고 있는 느낌.

 

5. 영화는 화려했던 '재스민'의 뉴욕에서의 과거와 샌프란시스코의 현재를 오가는 형식으로 전개되는데 바뀌어버린 상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있는 '재스민'을 냉소적으로 보여준다. 과거의 기억을 미화하고 가장 좋았던 순간을 기억하려하는게 인간의 성향임을 알기에 닿을 수 없는 '허영'에 잠식되어 있는 그녀를, 미워할 수만은 없다(그렇다고 응원할 수도 없음).

 

6. 뉴욕과 캘리포니아만큼 먼 스타일의 자매의 연애 상대. 아 치고박고 싸우는 건 똑같음.

중간에 '재스민'의 새로운 도약이 되줄 수도 있던 연애 상대가 등장하는데 역시나 '재스민'의 허영 가득한 거짓말이 탄로 나면서 떠나게 된다. 높은 이상의 '재스민'에게 남은 건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는 치과의사의 추파랄까(치과의사임에도 교양과는 거리가 멀고 키도 재스민보다 작음).

 

7. 엔딩씬에서의 케이트 독백 연기가 압권인데 이걸 보고 어떻게 오스카를 안 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최근 다시 보면서 문득 요 몇년 사이 골프, 파인다이닝, 오마카세 등으로 올라간 소비 수준 관련 기사가 생각나서 꼭 먼 나라 영화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스스로 째끔 찔리기도 했다.

 

8. 이동진 평론가의 <블루 재스민> 평점: 4.5 / 재스민의 독백. 앨런의 냉소. 관객의 탄식. 세상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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